아토피 일기: 탈스 후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과정

2023년 여름, 머무는 곳이 리모델링을 해서인지 매일 과자를 먹어서인지 몇 년간 혹독한 스트레스를 견뎌와서인지 발등에 아토피가 생겼다. 필자는 어렸을 때 아토피가 있었지만 자라면서 거의 없어졌다가 재발한 케이스이다. 그렇게 발등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일주일에 2-3번, 한 번 바를 때 연고를 꽤 많이 발랐다. 그러다 어쩌다가 연고를 끊고 증상이 확 심해졌는데, 알아보니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현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탈스테로이드 후기

스테로이드를 끊은 뒤 나의 피부 상태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1.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현상을 겪고 있거나 스테로이드를 사용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믈 주기 위해

사실 나 하나 회복시키기도 벅차고, 매일 가려움을 느끼고 각질을 치우는 일이 참 힘들지만 내가 느끼는 고통을 공유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 고통을 보고서라도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당신만 그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한국 어딘가에서 나도 이렇게 버티고 있다고. 만약 내가 나아진다면 당신도 나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나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인터넷의 탈스 성공 후기들을 보면서 희망을 얻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2. 남겨둔 기록들을 보면서 나의 아토피를 더 잘 치료하기 위해

아토피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낫는다고 하는데, 증상을 정리해두면 내 상태를 관찰하고 파악하기 용이할 것이다. 나는 원래 피부가 예민한 편인데, 나중에 다른 피부염이 생겼을 때 아토피 치료 과정을 보면서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토피가 낫는다는 전제 하에서이지만 말이다.

지금부터의 기록은 스테로이드도, 항히스타민제도 그 어떤 약물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 관한 것이다.

탈스 후 약 0~1주차

연고를 정확히 언제 끊었는지는 기록해두지 않았다. 가장 처음으로 찍은 사진이니 대략 0~1주차의 상태일 것이다. 이때는 피부가 붉다기보다 어두운 반점들이 다리 뒷면에 생겼고, 열감도 거의 없었다. 가려움도 별로 없었다.

탈스 후 약 1~2주차

피부가 확실히 전보다 붉어졌다. 어성초 끓인 물로 1시간 정도 목욕을 했는데, 그 뒤로 열감이 심해지고 피부가 더 붉어졌다. 목욕을 오래 해서인지, 천연 성분과 안 맞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에도 천연 추출물에 얼굴 피부가 뒤집어진 적이 있으니 아마 천연 성분이랑 안 맞는 것 같다.
여기에서 일주일 정도 더 지나자 수면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잠 잘 시간이면 심해지는 가려움과 따끔거림에 피부를 매일 한 번 이상은 세게 긁어대야 했고, 잠을 잘 못자게 된 시점부터 눈두덩이와 이마에도 붉은기가 올라오고 붓기 시작했다. 아토피는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는데, 아토피 때문에 잠을 못자면 아토피를 고쳐야 아토피가 나을 수 있다는 건가? 모순적으로 꼬여버린 인체의 균형에 삶의 질은 점차 떨어져갔다.

탈스 후 약 3~4주차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이다. 아토피 면적이 확연히 넓어졌다. 이제는 긁으면 아픈 느낌도 같이 들게 되었다. 외부 활동 없이 집에서 일주일 정도 쉬게 되었고, 그동안에도 조금 더 심해졌다. 눈과 이마는 물론 목, 뒷목, 배, 등, 손목, 발등, 엉덩이의 증상도 점차 심해졌다. 오늘이 가장 심할 때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주일 뒤에도 그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대로 점점 부위가 넓어져서 성한 곳을 찾을 수 없게 되면 어떡하지. 걸을 때마다 아픈데 계속 심해져서 여행도 못다니면 어떡하지. 심해진 피부를 자세히 볼 때마다 문득 밀려오는 우울감이 힘들다. 남들은 다들 당연하다는 듯 건강한데 왜 나만 그렇지 않을까.

아토피의 늪에 빠질 때마다 적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건강해지려고 하며 밝게 생활하려고 하고 있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기간은 2주에서 4주 정도라는데, 이번에는 정말 오늘이 가장 심할까? 그래도 글을 쓰는 지금은 새벽까지 잠 못이루다 5시에 잠들어 12시에 깨는 것이 아니라, 1시에 잠들고 새벽에 2-3시간마다 깨어 크림을 바르고 10시에 일어나는 등 잠은 조금 더 잘 자게 되었다. 가려움도 아주 약간 덜해진 것 같고, 피부 열감이 남아있지만 전보다 확실히 약해졌다. 오늘은 자고 일어나니 각질이 갑자기 많아졌다. 호전 신호일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나아서 긍정적인 후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